늙으신 아버지의 부실한 아들?
조현철
2012.06.2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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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아버지가 전화를 하셨습니다.
손자에게 꼬치꼬치 일어나서 멀했느냐 오늘은 학교갔다와서 멀할꺼냐
손자는 오늘뿐 아니라 평소의 일과를 소상히 설명했습니다.
부족하셨던지 큰손자를 바꿔서 같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이유를 알 것 같어서 서둘러 아빠의 생일이라 알려줬습니다.
답답하셨든지 바로 할아버지는 다시 전화를 걸어서
아빠 생일인게 방금 생각났다고 하셨답니다.
철없는 손자는 "저도 방금 알았어요!"
가족들의 대소사를 꼼꼼하 살피시던 어머니가 가시고
아버지는 이렇게 챙기는 게 첨이라 다소 쑥스러워 하십니다.
그래도 손자의 생일을 챙기시며 감사헌금도 하시겠노라 하셨는데
출근후 감사하다고 전화드렸는데 정말 전화 끊고 생각난 거라는걸
강조하셨습니다.
일흔아홉에 마흔여섯의 아들은 아직도 염려와 근심이 떠나질 않는
부실한 아들인가 봅니다. 어제 저녁 퇴근길에 밤낯의 길이에 관한 뉴스를 들으며
아 생일 이구나 했었고 식구들 다들 정신이 없었는데
........아버지 당신의 마음이.................................
무더운 여름이라는데 표현 잘 못하는 쑥스러움은 고스란히 물려받어서
고맙고 감사하고 미안한 하루가 되네요
댓글목록 2
이용재님의 댓글
평생가도 표현 안하시는 아버지의 사랑이죠 ㅠㅠㅠ
이제는 표현하시는 아빠의 사랑으로 자식들에게 물려 주세요 ^^
일찍 부모님을 천국으로 보내서 그런지 이런 사랑이 그리워요 ..... 부럽습니다 ㅎㅎ
배상식님의 댓글
아버지의 연세가 점점 들어 가시면서, 아버지의 사랑을 더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표현은 안하셔도, 지울 수 없는 느낌들...